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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슬로시티와 귀농운동
아전가드
2008. 12. 23. 21:29
[기고]슬로시티와 귀농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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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발전과 화폐 가치가 중심이 된 산업화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생명체들에게 가장 소중한 생태 가치를 파괴시킨 것이다. 맛과 조리의 편리성, 저장과 운반의 효율성과 이익만을 강조한 획일적 세계화의 상징인 맥도널드 햄버거나 코카콜라 같은 패스트푸드가 비만, 당뇨, 고혈압 등 현대병을 불러온 것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수천년 동안 우리의 건강을 지켜왔던 신토불이 전통 건강음식을 되찾아야 한다.
음식은 우리의 몸이자 정신이다(食則身, 身則心). 즉 우리가 먹은 것이 바로 우리 몸이 되고 건강한 몸이 바른 정신을 이루므로 국민들이 좋은 음식을 먹어야 나라도 건강하게 돌아간다. 좋은 음식은 가공을 적게 해 원재료의 맛과 영양을 최대한 살리고 아울러 문화적 특성도 담아야 한다. 대개 한 민족의 특성은 음식에 좌우되며 음식은 그 지역의 기후나 토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 예로 날씨가 좋아 각종 스파이스 작물들을 많이 재배해 자극적인 음식을 먹어온 이탈리아인들은 급하고 열정적이어서 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도 빠른 하이테너가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흐린 날이 많고 음식에 마늘이나 파조차 거의 안 넣을 정도로 밋밋한 음식문화를 가진 독일인들은 차분한 바리톤의 전통적 가곡을 좋아한다. 즉 음식은 이렇게 지역의 기후나 풍토와 연관된 문화적 특징을 갖는다. 그런데 세상사람들의 입맛을 단일화시키는 미국적 세계화가 지역 고유의 음식문화를 획일화시키면서 세계 사람들의 건강에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남태평양상의 아름다운 미국령 섬나라 미크로네시아는 무려 성인의 80% 정도가 비만환자이고 60~70%가 당뇨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 나라는 전통적으로 빵나무 열매라는 전분질 주식을 비롯해 과일이나 생선 등을 먹고 살았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령이 되면서 관광지로 변모하며 햄버거와 피자, 치킨, 도넛 등 패스트푸드점이 섬 곳곳에 생기면서 원주민들의 식생활이 미국식으로 바뀌어버렸다. 이후 육류와 당류를 과다 섭취하면서 국민건강이 형편없이 망가져 버렸다.
슬로시티국제연맹이 한국의 전남 완도 청산도와 신안 증도, 담양 창평, 장흥 유치 등 4곳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슬로시티’로 지정한 지 벌써 1년이 됐다. 이탈리아인 카를로 페트리니가 창안한 슬로시티운동은 1999년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오르비에토에서 4개 도시의 시장들이 모여 슬로시티를 선언한 이후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키며 ‘웰빙’ 추세와 함께 국제적 트렌드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김치와 된장 등 전통 발효식품들은 미국의 건강잡지인 ‘헬스’지에 의해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인정을 받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전국 곳곳에 많은 슬로시티가 지정된다면 한국의 전통 음식문화를 지역 축제와 특산 관광상품으로 되살려 국제적 관광도시로 탈바꿈함으로써 지역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다.
그동안 공동화됐던 농촌에 요즘 귀농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아직 젊지만 경제 불황여파로 떠밀려서, 또는 나이가 들면서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정부는 교육과 재정지원을 아끼지 말아 이들이 농촌에 잘 정착해 그 지역을 슬로시티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충분히 배려해주어야 할 것이다.
<이기영 | 호서대 교육대학원장>
출처 : 경향신문 인터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