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낙태(落胎)’ . 저승은 천국보다는 못하지만 인간 세상보다는 좋은 낙원이었다. 마치 단풍 든 금강산보다도 눈 내린 알프스보다도 뛰어난 자연의 세계였다. 낙태를 당한 태아란 사람들의 영혼도 예수님을 알지 못했던 착한 사람의 영혼도 인간 세상 마지막 날까지 있게 되는 장소, 다름 아닌 저승이었다. . 진눈개비가 마구 내리던 날, 라파엘 대천사는 저승에서 공자를 만나고 있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공자의 머리카락도 라파엘 대천사의 머리카락도 이리저리 춤을 추고 있었다. . “저 울부짖는 영혼들이 누굽니까?” . 저승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 정상에서 공자가 낙태를 당한 태아란 사람들의 영혼을 내려다보며 라파엘 대천사에게 물었다. 알면서 물어보다니. 그것도 강박증일까. 아니면 버릇일까. 낙태를 당한 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