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재글모음/사회·교육

저마다 재능이 다른데 왜 한줄로 세우나

아전가드 2008. 1. 28. 15:59
 

             삼 위 일 체


잣대로 줄이 그어진 노트는 무의미하다.

-나는 이렇게 배웠다.


태양은 빛과 열을 행성에 공급하며

지구에는 타 행성이 부러워 할 정도로

많은 생명체가 있다.

별들은 등대가 되고 싶은지 먼지입자의

도움을 받아 반짝반짝 거리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청중들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잠시 숨소리를 죽인다.)


심장은 피를 공급하는 것이 즐겁고

머리는 생각을 하는 것이 즐겁다.

다리는 걸을 때 즐거우며

손은 뭔가를 잡고 있을 때 즐거웁다.


꿈 잃고 여전히 비틀거리는 거북이가 있다.

백목가루는 탄저균 포자였고 탱자나무 가시로

찌르는 듯한 말(言)의 입김은 신경가스였다.

돌 날라 온다. (피투성이가 된 입은 할 말은

해야 한다며 고집스럽게 다시 열리고.)


물바가지 세례를 받은 거지처럼 처량하게

떠난 후로는 오진 바늘보다 끔찍한 그 흔한

꽁초연기들이 머리를 마구 쥐어박았다.

지금도 녹슨 송곳이 웃음 없이 머리를 쥐어짠다.

획일적으로 살고 싶지 않았다.

볶음밥이 좋았다. 디스켓, 녹음기이고 싶지 않았다.

중독이 된 시간들의 신은 흑백TV의 놀이터였다.

숨을 이글루라도 없어 그나마 버텼던 클로버마저

꽁초연기 이후로는 적도평야의 눈(雪)이었다. 그 후로는

이국의 입김이 오려는 모습에도 우울하다.

--물도.. -태양도..., 희망이여, 없었다.

완전히 시들어 버린 클로버,

세월이 저금통 안이 되는 것은 야비하구나.

술 취해 비틀거리는 걸인이 미소를 보인다.

나는 이미 죽은 새이다. 죽은 새는 날아오를 수도

걸을 수도 없다. 제기라알, 그래도

목자란 지팡이들의 말대로 한줄기나마 빛이 있음은

믿어줘야 하나. 정말로 믿어줘야 하나.


성부는 모든 존재의 으뜸이 되시는 분으로 만족하고

성자는 성부를 대신하여 만물의 아버지가 됨으로 만족하고

성령은 참 진리의 길을 알려주시는 데 있어서도 만족하고.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자네들도 삼위일체로구나. 만족하겠다.


성경책은 마태오와 마르코, 루가와 요한 등이 있기에 만족한다.

창조주가 그런데. 그런 창조주가 창조한 활동사진들이 즐겁다.

마침내 거북이가 웃으면, 잣대로 줄쳐진 노트가 위치해야 할

책상은 어디에서 기지개를 펴야 할까. 하느님이 창조하신 무지개는

모세, 바오로, 마호메트보다도 먼저 결승선을 끊는다.

부럽다. 나도 손톱자국을 남겨 보자. “거북이들이 옳았다!”

하느님 때문에 침대 없이도 조용히 눈을 감을 수 있겠구나.

스테파노처럼 순종하는 가지와 잎사귀들이 불사조처럼 강렬하였다.




논술에도 교과서가 있다고 하는 수준은 웃기는 수준이다. 하긴, 시에도 교과서가 있다고 주장하는 수준도 있으니까. 논술 잘하는 사람도 있고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무슨 글쟁이 만들려고 그런 틀에 얽매이게 할까. 과학자의 경우에도 글재주가 있어야 성공한다고 주장하던데. 어느 과학잡지에 그리 나왔던데. 글재주보다는 남과 달라야 성공하겠다. 창조력은 당연한 것이겠다. 먼저 뭔가 가설이 떠올라야 이후로 증명을 할 수 있는 것이겠다. 1번이 막히는데 아무리 수학실력이 좋아도 글재주가 좋아도 성공하는 과학자가 되기란 어렵겠다. 한국의 교육제도는 1번을 무시하고 2번을 요구하는 수준이다. 그런 수준에, 창조력을 죽이는 짓을 아주 잘하면서 과학자로 성공하려면 어찌 해야 한다고 한다. 세상에는 글 잘 쓰는 사람도 있지만 글 못 쓰는 사람도 있다. 못 쓰는 사람에게는 글 잘 쓰는 사람이 지니고 있지 못한 위대한 재능이 있을 수 있다. 물론 과학자로 성공할 수 있는 위대한 창조력도 말이다. 뢴트겐(X선 발견, 1901년 노벨 물리학상)이 글 잘 써서 과학자로 성공했나. 남과는 달라서 남보다 앞서서 성공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