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귀는 새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떨어지는 낙엽은 땅을 적셨다. 그런 가을날에 주민은 산에 올라가 봤다. 단풍으로 단장한 나무와 아름다운 새들의 노랫소리가 퍼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신선한 내음이 코를 향긋하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주민은 가방을 내려놓고 나무 밑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저 아름다운 풍경을 오랫동안 간직했으면..”
주민이는 도시생활에 이골이나 잠시 큰아버지 댁에 와있는 상태였다. (김주민 미카엘(세례명)은 서울 강북중학교 3학년이었다. 남학생 치고는 키가 작았다.) 큰아버지 댁은 충북 옥천에 있었는데, 충북 옥천의 명물로 유명한 아름새목장이 주민의 큰아버지 거였다.
주민은 한동안 주위의 풍경에 도취돼 있다가 잠이 들었다. 태양은 주민이가 감기 들지 말라고 따스한 빛을 내려주고 있었다. 그러다가 태양은 연료가 다 떨어졌는지 기울어가고 있었다.
“야, 주민아. 나 연료가 떨어졌어. 이제는 일어나야지.”
기울어 가던 태양이 주민에게 말했다.
“누구야, 잠을 깨우는 게!”
아차, 주민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주위를 열심히 주시해도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있는 것이라곤 나무들과 기울어 가는 태양이 있을 뿐이었다.
‘바람의 요정이었나. 그런가 보군. 아무튼 이제는 내려가야겠다.’
주민은 가방을 들었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대갈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주민이 산을 반 정도 내려오자 하늘에는 별님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거 큰일 났는걸.’
안되겠다 싶어 주민은 달렸다. 결국 주민은 길을 잃었다. 길을 잘못 들은 것이다.
‘애고, 이럴 수가..,’
주민은 난감했다. 가야는 되겠는데 내려갈 길을 도우지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어찌할 수 없었던 주민은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시간이 좀 흘렀다. 낙심하고 있을 때 불빛이 보였다. 주민은 살았다고 생각하며 불빛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동굴이 있고 그 앞에 좀비 모양을 한 것이 뱅뱅 돌고 있는 게 아닌가. 더군다나 동시에 하늘에서 내리는 우박은 해골 모양에 눈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박 해골 입과 코에서는 구더기가 쥐며느리가 바퀴벌레가 음습한 지네가 그리마가 노래기가 계속 나왔다. 주민은 비명을 지르며 기절해 버렸다. 주민은 결벽증이 있어서 더 했다.
그 후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주민이 일어나 보니 방안에 누워 있었다.
“이제 좀 정신이 드나?”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 주민에게 물었다.
“예.”
주민이 대답했다.
“정신이 들었다니 다행이군. 나도 자네 때문에 놀랬어. 그렇게 큰소리로 비명을 지르면 어떻게 하나.”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아니야. 죄송할 것까지는 없어.”
“저, 할아버지. 여기가 어딥니까?”
주민이 물었다.
“여기가 어디냐고. 여긴 내 집이지 어딘 어디야.”
이 말을 들은 주민은 답답하다는 듯 어디냐고 할아버지한테 다시 물었다.
“으응, 난 뭐라고. 여긴 옥천이지.”
옥천이라는 말에 주민은 무척 기뻐했다. 무덤 속이라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살았다. 할아버지 살았습니다. 기뻐해 주세요.”
주민은 죽었다 살아난 사람처럼 기뻐했다. 그리고 큰아버지 목장으로 향할 채비를 했다.
“벌써 가려고 그러나. 좀 더 있다 가지.”
할아버지가 떠나려고 하는 주민에게 입을 열었다.
“저도 더 있고는 싶지만 일이 있어 가봐야 합니다. 저를 보살펴 주신 것 감사했습니다.”
주민은 아쉽다는 표정을 하는 할아버지께 인사를 한 후 큰아버지 집으로 향하려고 문을 열었다. 그런데, 도우지 나갈 수가 없었다. 난감했다. 그러던 차에 할아버지 입에서
“흐흐흐, 여긴 무덤속이야. 상투적 수법도 이럴 때는 꽤 괜찮은데.”라는 말이 나왔다.
이 말을 들은 주민은 무서워 떨며 도망을 가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안 되겠다 싶어 집을 변형시켰다. 관이 되어 버렸다. 주민이 관을 열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그때 주민이의 수호천사가 메피스토펠레스가 모르게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주민아, 저 악마는 사탄 루시퍼의 왼팔인 메피스토펠레스야. 구마경을 말하면 물리칠 수 있어.”
할아버지는 다름 아닌 악마였던 것이다. 메피스토펠레스의 사악한 주문으로 핏빛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주민은 더 무서워졌지만 힘껏 구마경을 말하기 시작했다. “무한대로 높으신 분,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하노니 사탄의 졸개야 썩 물러가라..” 계속 반복했다.
구마경은 가톨릭에서 악마를 쫓을 때 하는 기도문으로 주교의 허락을 받은 신부가 행할 수 있었다. 엄격했지만 주민이의 경우처럼 생사가 오고갈 경우라면 예외를 뒀다. 주민이는 기도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구마경도 무리가 없었다. 기도를 건성으로 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이었다면 당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기도를 열심히 해야 되지 않을까.)
“잘못 걸렸다. 기도빨이 센 녀석이다. 으아아아아아.”
할아버지 모습을 한 메피스토펠레스가 괴로워했다. 결국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냈다. 메피스토펠레스 몸에는 해골이 많이 붙어 있었는데 -해골 눈에서는 구더기가 쏟아져 내리고, 산에 혼자 온 사람을 죽여서 자기 몸에 붙인 것이다. 결국, 메피스토펠레스는 주민이의 구마경에 당하고야 말았다.
힘겹게 메피스토펠레스를 물리친 주민은 길을 찾아 곧바로 산을 내려 왔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그 후로 주민은 산에 다시는 혼자 올라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너무나 놀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열심히 기도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끝> -20대 때 처음 남기다.
* 메피스토펠레스: 괴테의 ‘파우스트’라는 작품에 나오는 전설적인 악마로 주로 인간생활에 대한 유혹으로 사람을 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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