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재문학관/에세이

첫눈이 오면

아전가드 2007. 5. 24. 02:42
아버지 환갑잔치가 있던 날(1998년), 작은외삼촌과 작은외숙모께서 상현이와 수현이를 데리고 우리 집에 왔다. 수현이가 내 방에서 있었을 때, 나는 수현이에게 시를 써보라고 했다. 내가 생각할 때, 수현이는 그림뿐만 아니라, 시에도 재능이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자, 수현이는 “동시도 되나요?”라고 나에게 물었다. 내가 “그럼”이라는 식으로 동의하니, 수현이는 그제서야 동시를 창작했다. 즉석 동시였다. 수현이가 쓴 동시의 제목은 ‘첫눈이 오면’이었고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내용은 ‘첫눈이 오면 재밌을 거야. 눈싸움도 눈사람 만들기도 썰매타기도 정말 정말 재밌을 거야. 그런데 그런데 내손도 꽁꽁 내발도 꽁꽁 아이 추워라. 하지만 하지만 첫눈이 오면 즐거울 거야.’
수현이가 창작을 시작한 시간은 1998년 11월 15일 15시 15분 00초 경이었다. 수현이가 동시를 창작하는 것을 마친 시간은 1998년 11월 15일 15시 16분 30초 경이었다. 수현이가 ‘첫눈이 오면’이란 동시를 창작한 날로부터 일주일이 되었을 때, 대전에는 눈싸움을 해도 될 정도로 눈이 많이 쌓였다. 첫눈은 나의 생일에 내렸는데, 비와 섞여 와서 좋은 눈은 되지 못했다. 어쨌든 수현이의 바램이 일찍 이루어져서 기쁘다. 수현이는 초등학교 2학년(1998년 기준)이다.
수현이가 남긴 동시의 내용 중, ‘썰매타기’란 부분이 있는데, 눈썰매로 이해하면 된다. 내가 어렸을 때는 역시나 비닐 포대가 눈썰매 대용이었다.
나의 생각은 적중했다. 수현이는 그림뿐만 아니라, 문학에도 소질이 있었던 것이다. 잘 키우면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화가, 문학가가 될 수 있겠다. 수현이는 피에르 카르댕, 샤갈, 장 꼭도와 근접거리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수현이가 패션 디자이너가 된다면, 우아한 여성용 옷을 디자인 할 수 있겠다. 남성용 정장도 가능하다. 캐주얼은 개척으로 하면 된다. 글에 상당한 재능이 있으므로, 패션 디자이너를 하면서 여류 시인 겸 소설가를 해도 된다.
한국의 기존 교육제도에서는 수현이의 위대한 재능이 나의 경우처럼 짓밟힐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인호님처럼 미국으로 가야할지도 모른다. 한국은 뛰어난 인재를 방출하기 좋아하는 나라이다. 뛰어난 인재를 담을 그릇이 되지 못했다. -“한국의 교육은 고등학교까지는 세계적인 성공사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설치는데 오죽하랴.